Thursday, September 30, 2010

Survival Note, 2010/09/29 (Yi Dahn)



아래층에 요란한 인기척이 들려 놀라 잠이 깨었다. 알고보니 FLAT의 스탭 중 하나인 야마모토씨다. 셔터를 내리고 안에서 잠궈놓은지라, 열쇠가 없는 야마모토씨가 뒷문을 뜯고 들어온 웃지못할 상황이다. 내가 없는줄 알았단다. 정신을 차려보니 온몸이 땀범벅이다. 1층은 서늘한데, 2층은 해를 직접 받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후끈하다. 게다가 몹시 더러운 이불과 베게 덕분에 대단히 찝찝하다. 여하튼 오늘은 일곱시부터 1층에서 연극을 상연하는데 오라고, 친절한 모리시마씨가 초대해 주었다. 대충 씻고(아직은 찬물로 씻을만함) 일단 식료품을 공수하러 나섰다. 생각해보니, 혼자 길을 나서는 것은 처음이다. 원래는 이전에 한 번 가봤던 대형 슈퍼마켓으로 가려다, 시간이 별로 넉넉치 않고 슈퍼마켓이랑 비교도 할 겸, 근처 가까운 100엔샵으로 향했다. 일본의 100엔샵은 종류가 다양한데, 내가 향한 곳은 식료품 위주로 파는 곳이다. 간판만 '1000원샵'인 우리나라와 달리, 모든 것은 무조건 100엔(소비세 합하면 105엔-약1400원).

장보는 요령은 한국과 똑같다. 빵류의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탄수화물, 계란 닭고기 등의 단백질류, 양파 양상추 등의 야채류, 그리고 우유와 마실거리. 까페에 스파게티면이 쌓여있는 것을 봤기에, 파스타를 만들 요량으로 청경채와 버섯도 구입했다. 일본의 물가가 비싸다고는 하지만, 식료품등은 한국과 흡사한 것 같아 다행이다. 심지어 어떤 것은 한국보다 싸기까지…! (지금 한국은 채소값 대 재앙이라더만;) 다만, 마늘은 손톱만큼 쪼매난 네 쪽이 1400원이나 하는 것에 기겁했다. 하지만 파스타에 마늘이 빠지면 안될 노릇이므로 눈물을 머금고 구입. 한 4일치 장은 본 것 같은데, 20000원도 들지 않으니 역시 100엔샵 만세.



공개 리허설이 끝나고, 분주한 단원들
갤러리로 돌아와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아래층 연극을 구경하러 갔다. '연극'과 '현실'을 절묘하게 뒤섞은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내용은 오디션에 응모하는 연극지망생들이 감독에게 자신을 소개하고 연기를 보여주는 식의, 말하자면 액자 구성인데, 이 '감독'이 실제 이 연극의 감독이라 배우들에게 이것저것 주문하기도 하고, 잠깐 쉬자고 하고 진짜 화장실에 가는 등, 어디까지가 연극이고 어디까지가 리허설인지, 어디까지가 각본이고 즉흥인지 구분하기 알 수가 없었다.

'연극지망생'들이 연기를 시작하면 분위기가 팽팽해지다가도, '감독'이 갑자기 '그만'을 외치거나 주문을 하게 되면 분위기가 팍 풀어지면서 비로소 현실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 방금 전까지 얼마나 긴장된 공기 속에 있었나 새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또한 재미있었던 부분은, '배우지망생'들이 자신을 소개할 때인데, 일견 한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상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주 이상하거나 웃긴 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보여주었다.


연극 후에는 한 평론가와 감독이 대담을 했는데, 알고 보니 오늘은 정식 공연이 아니라, 공개 리허설이란다. 11월에 교토에서 열리는 국제 연극 페스티벌에 참여하는데, 이를 위한 보안작업 정도 되는 것 같았다. 말은 잘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평론가와 감독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가 좀 부러웠다. 우리의 artist talk도 이런 식이었으면 좋겠다.


2층에서의 뒷풀이
행사가 끝난 뒤, 2층에서 뒷풀이를 하는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아까 리허설 시작 전에 입구를 지키는 스탭한테 물어보니 사진 촬영이 안된다고 해서, 쉬는 시간에 살짝살짝 찍었는데, 그 스탭들이 내가 여기 작가인줄 몰랐단다. 제대로 된 찍사가 없어서 그 감독은 내가 찍었으면 하고 생각했다나. 여하튼, 작은 단편으로 일상을 객관화시켜 낮설게한다던가, 현실과 가상 등 경계를 혼합하는 등, 여러 관심사가 이번 우리의 프로젝트와 통하는 점이 많아서, 밤늦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안감이 조금씩 가시고, 행복해지는 밤이다. 갑자기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마저 정겨워진다. 게다가 내일은 하나무라씨가 돌아오니,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자축하며 까페 냉장고에서 (또) 캔맥주를 하나 훔쳐먹었다. 내일은 (반드시) 새 이불과 노트북과 명함을 이 품안에.










 
사진이 구리게 나왔지만... 친절하고 잘생긴(이게 중요함) 
FLAT의 STAFF, 모리시마씨(좌, 연극배우)와 야마모토씨(우, 건축가).
Thank you very much for your kin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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