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오늘은 하나무라씨와 오전에 재료상을 둘러보고, 오후에는 ‘DESIGNEST’라는, 꽤 규모가 큰듯한 아트 페어를 둘러보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내일 프로젝트 준비가 더 중요한데다, 매일매일 하나무라씨가 찰싹 달라붙어 돌아다니는 것이 영 부담스러워, 그냥 재료만 사고 갤러리로 돌아와 프로젝트 준비를 하기로 했다. 하나무라씨는 어쨌든 페어에 가야하니까, 나로서는 혼자 있을 좋은 기회였다. 조용히 생각을 준비하고 작품을 구상하며 혼자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는데, 최근에는 영 여의치가 않았다.
해서, 아침 10시에 하나무라씨와 재료를 찾아보러 CAINZ HOME(일본의 유명한 체인점으로, 우리나라 이마트와 DIY 재료상을 합쳐놓은듯한 대형 쇼핑센터)으로 출발. 그런데, 원하는 재료가 없다… 사실 내가 원한 건, 단순한 털실 (혹은 굵은 실)과 약간의 유화물감, 그리고 목판을 팔 작은 MDF판이었는데, 그 무엇도 없다.
여기가 일본에서 가장 싸고 재료가 많은 곳이라니까, 이쯤되면 뭔가 다른 수를 생각할 법도 한데, 하나무라씨는 당최 포기할 기색이 아니다. 제일 번화한 신사이바시스지의 다른 쇼핑센터로, 그리고 도매시장으로 나를 여기저기 끌고 다니는데, 백화점에 딸린 상점이라 너무 비싸거나, 일요일이라서 문을 닫거나, 너무 고급전문품만 있어 엄두를 못내는 등, 죄다 허탕이다. 게다가 일요일이라서 쇼핑몰은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오프닝으로 바글거리는 수요일 인사동도 질겁하는 나로서는, 까무라칠 지경이었다.
게다가 유니클로 런칭 행사까지 |
털레털레 갤러리에 돌아온건 4시가 다되어서 ㅠㅠ (나도 이제 남에게 단호하게 무언가 거절할 때가 된 것 같다… 일본에 있는 내내 이렇게 끌려다닐수는 없지 않은가!) 부랴부랴 이것저것 프로젝트 준비를 하다, 리플렛을 손보다,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저녁이 다되어서, 즉흥적으로 대충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는데, 더럽게 맛이 없었다. (이건 드문 일이다, 난 요리는 그래도 잘한단 말이다…) 맛이 있던없던 (사실은 울면서) 대충 우겨놓고 근처 슈퍼로 달려가서 모리시마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는 의미로 건네줄 카스텔라를 산 다음(일본에는 이렇게 신세질 사람에게 조그만 선물을 하는 문화가 있는 것 같아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 하지 않는가!… 가 아니라, 사실 뭐라도 조금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었다), 아홉시에 맞춰 재빨리 샤워하러 갔다.
갤러리로 돌아온 시간은 열시. 홈페이지도 손봐야하고, 블로그 업뎃도 엄청 밀려있고 걱정이 가득한데,,, 과연 난 잘 수 있을까? (*추가 : 결국 밤을 꼴딱 새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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