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tober 2 (Sat), 맑음.
점심때쯤 일어나서 노트북 이것저것을 손보다가 일전에 참석하기로 약속했던, NOMART라는, 실험적인 공연으로 유명하다는 근처 갤러리 오프닝에 갔다. 남-녀 각 1명씩의 아티스트가 총 9개의 챕터를 구상하는 즉흥 사운드 퍼포먼스였다.
한창 공연 준비중 |
(개회사를 하는 갤러리 대표 디렉터 하야시씨. 나이에 걸맞지 않게 범상치 않은 패션을 잘 소화해서 보기 좋았다. 나중에 뒷풀이때 보니 깡사케(!)를 마시면서 노시는 것도 아주 걸쭉하시더란... ^^;) |
사실 처음엔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즉흥적인 여러가지 소리를 ‘내지르는’것을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처음엔 내가 왜 안그래도 바쁜 시간을 쪼개서 여기 앉아있나, 하는 생각이 들다가, 미술의 경우에 적용해서 생각하니... 뭔가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이!
즉, ‘단순한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는가?’부터 시작해서, ‘정교하게 기술적으로 빚어진 완결된 곡(공연)만을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생각. 그러자 내가 미술에서 ‘기교적으로 ‘사실과 닮게 재현’하고,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가치있게 바라보는 일부 몰지각한 비 미술 전공자들과도 같이 무지한 짓꺼리를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가만히 느끼는대로 몰입하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퍼포먼스 역시 초기의 거친 즉흥 사운드 뿐 만 아니라 정교하게 다듬어진 음악을 번갈아 연주하며 흐름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고, 또한 연주자들 역시 다양한 악기들을 제몸처럼 다루는 것을 볼 수 있어서, 더더욱 나의 무지몽매한 생각이 더욱 발붙일 곳이 없더라.
공연이 끝나고 곧바로 이어진 뒷풀이에 참여했는데, 나는 그들이 ‘음악’의 범주를 깨면서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 궁금했다. 자신이 소속된 예술의 경계를 확장하고, 또한 일상과 예술 사이의 벽을 깨 나가려는 작가들은 많지만, 그 목표는 작가마다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아주 거칠게 단순화 시킨다면, 많은 경우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뉘는데, 하나는 그럼으로서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흐리거나 파괴하여 누구나 예술가의 영역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확장, 또 하나는 이를 통해 오히려 기존의 정제된 미술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경우.
전자의 경우, 또 하나의 모순이 있는데, 극단적으로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곧 작가의 소멸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작업을 하지 않는가. 작가가 작품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진정으로 소멸시키고자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명제를 주창한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요셉 보이스조차, 각종 기행과 특별한 옷차림으로 ‘예술가’임을 각인시키고 싶어하지 않았는가.
전자의 경우, 또 하나의 모순이 있는데, 극단적으로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곧 작가의 소멸을 의미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가들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작업을 하지 않는가. 작가가 작품을 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진정으로 소멸시키고자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명제를 주창한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요셉 보이스조차, 각종 기행과 특별한 옷차림으로 ‘예술가’임을 각인시키고 싶어하지 않았는가.
어쨌든 끝이 나지 않는 미묘한 문제이긴 한데,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질문을 던졌다. 그들 역시 전자의 경우였으나,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개념이 쏙 들어오는 대답을 얻기는 힘들었다. 물론 대답이 대단히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나 조차 확실히 이야기하기 난감한 문제 아닌가.
술자리가 무르익자 작가들은 DJ를 자청하고, 몇몇이 일어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일본식 ‘막춤’부터 시작해서, 각종 브레이크 댄스와 전문 댄서의 플라맹고까지 어우러진 즐거운 자리였다. 몇몇 앉아있는 사람들을 잡아 끌어 춤추게 만드는 것이, 한국과 흡사한 양상이어서 ‘어디나 사는 것은 비슷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일본에서는 매우 드문 경우라고 한다.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던 내 ‘초딩머리’를 사람들이 칭찬하는것에 약간 우쭐하여, 엉거주춤 춤을 추는 척을 했으나 금방 다시 앉아버린건, 내가 정말 점잖거나 수줍음을 많이 타서 그런게 아니다. 난 정말로 심각한 몸치란 말이다.
여하튼 여러 가지 생각으로 나름 머리가 터지게 알찬 하루였다. 모레부터 프로젝트 시작인데, 준비가 덜 되었다는 불안감만 제외하고.
아... 이러시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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